4월의 오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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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오사카는 완벽했다 – 오사카 3박 4일

프롤로그

왜 하필 오사카?

일본은 한국에서 가기 매우 쉬운 여행지이지만, 신기하리만치 일본여행을 최근까지 하지 못했다. 첫 일본여행은 부산에서 쾌속선 타고 가 본 후쿠오카로 시작했고, 흔히들 일본이라 하면 생각하는 도쿄도 아직 못 가 봤다면, 말 다 한 거겠지. 이제까지 여러번의 후쿠오카와 삿뽀로, 알펜루트를 제외하면 걸어보지 못한 지역이라 오사카를 꼭 가 보고 싶었다. 도쿄보다 오사카가 더 끌렸던 이유는, 글쎄, 아마도 사슴공원이 있는 나라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교토가 근처라 그랬던 것 아닐까?

여행 기획

원래는 혼자 할 여행이었다. 한국을 떠나기 전 짧게 일본을 다녀오려고 했는데, 마침 사촌동생과 대화를 하던 중 여행계획을 이야기하니 내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가는걸로 결정이 됐다. 나랑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동생이라 (고작 6개월!) 어릴때부터 성인이 될 때 까지 친하게 지냈는데, 둘이서 함께 여행가는건 2012년 칸쿤 이후로 6년만인것같다.

여행 계획

우리의 목표는 맛있는거 많이 먹고오기, 즉 식도락 여행. 사실 둘다 맛있는걸 좋아한다고는 해도 (맛있는거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많이 먹지도 못할뿐더러 먹으러만 다니는걸 좋아하진 않는데 목적지가 오사카인만큼 이것저것 맛있는거 많이 먹고 오자고 계획을 세웠다. 오사카 근교 도시인 교토와 나라도 꼭 가보는걸로. (사슴공원을 꼭 가보고 싶었다)

1일차, 오사카의 밤은 화려하구나

이번 여행은 동생이 스케쥴이 여유있어 이틀정도 먼저 오사카에 가 있고, 나는 가능할 때 합류하는걸로 했다. 이번에는 피치항공을 이용했는데, 처음 이용하는 항공사라 조사를 좀 해보니 안좋은 평이 너무 많아서 걱정을 좀 했는데, 막상 이용해보니 너무괜찮았다. 저렴한 가격은 두말할 것도 없고, 서비스도 괜찮던데? 내가 둔한건지, 아님 서비스 개선이 된건지는 알 길이 없다. (참고로 나는 예민한 편이 아니다.)

공항에서 열차를 타고 오사카 시내까지 나갔는데, 내가 사진으로 봤던 열차와 외관이 다르게 꾸며져 있어서 귀엽고 좋았다. 아직까지 왜 보라색으로 귀엽게 꾸며져 있던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깨끗하고 쾌적하고 조용해서 밤기차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평온하게 ㅎㅎㅎㅎ 오사카 시내로 갈 수 있었다.

동생과는 모츠나베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왠지 서울과 부산이 아닌 곳에서 만난다고 생각하니 두근두근. 처음과 끝을 같이하는 여행이랑은 또 다른 기분이었다. 일단 묵기로 한 캡슐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놓고 나갔는데, 미식의 도시라고 불리울만큼 길거리는 음식점으로 꽉 채워져 있었고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모츠나베집은 일본식당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만큼 한인들이 많았고 메뉴조차 한글로 써져있어 조금 신기했다. 칼칼한 맛이 한국인 추천메뉴로 적혀져있어 시켰는데, 역시 맛있어! 모츠나베 최고야. 🥹❤️ 조금 늦은 저녁식사였지만 맛있게 흡입하고 드디어 강변으로 갔다. 가는길에 귀여운 인형뽑기도 보고 (둘다 똥손이라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음), 고대하던 글리코상을 보러 갔는데 아니 이게 왠일 ㅋㅋㅋㅋㅋ 얼굴만 밝게 빛나고 다른곳은 고장인지 불이 다 나갔다. 에라잉- 그래도 삐까뻔쩍, 불이 휘황찬란한 곳에 가니 여행 온 기분 나고, 좋구나.

맛있는 녹차디저트를 먹고싶어 저녁식사 후 여기저기 쏘다니며 녹차디저트집을 찾았는데 연곳이 한군데도 없어 결국 편의점에서 조금 사왔다. 근데 맛은 그닥… 내가 오사카로 오기 전 동생 혼자 돌아다니며 호빵맨의 고향(고치)에 다녀왔다던데 거기서 날 주려고 짤랑이 빵을 사왔단다. 늦은 시간에 호텔 라운지(?)에서 간식먹으며 수다도 떨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씻고는, 침대에 누웠다. 캡슐호텔에 항상 묵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기회가 닿았다. 젊음이 뭐야, 이런게 젊음이지! 나의 20대를 나는 아주 잘 보내고 있는것같군, 히히.

호빵맨 하니까 생각난 영상 – 리액션 비디오가 아닌 영상을 가져오고 싶었는데 유튜브 바깥에선 플레이가 안되게 되어있어 할 수 없이-

2일차, 비 사이로 떨어지는 벚꽃잎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교토로. 사실 봄날의 일본, 하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이 보고싶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비가 왔다) 생각했던 풍경은 아니어서 아쉬웠다. 이 날은 동생과 스냅 사진을 찍기로 한 날. 부랴부랴 교토에 도착한 후 기모노를 입고, 머리 세팅을 받고 사진작가님을 만나 열심히도 찍었다. 비가 와서 처음엔 아쉬웠는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나름 유니크한 경험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스냅사진을 다 찍고 동생과 편의점에 갔는데, 기모노를 입고있어 그런지 어떤 서양인이 일본어로 말을 걸었는데 우리는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아무말도 없이 그냥 가버려 기분이 제대로 상했다.

저녁을 참 많이도 먹은 날이었는데 교토에서 돌아와 파가 드으으음뿍 올라간 타코야끼로 그 시작을 끊었다. 짭쪼롬한 타코야끼에 시원한 파가 드으으음뿍 올라가니 입안이 왜 그렇게 개운한지, 너무 맛있게 먹었다. 동생과 눈이 동그래져서 타코야끼가 이런맛이라고?를 남발하며 계속 흡입했다.

はなだこ, 타코야끼 집.

2차로는 항상 먹어보고싶던 고베비프. 맛있다고 항상 말을 들어서인지 항상 먹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먹어보게 되었다. 우리는 다양한 부위가 조금씩 나오는 모둠(?)을 시켰는데, 흠. 맛은 있었지만 (소고기니까!) 와우, 눈에서 별이 번쩍- 할 맛은 아니었다. 기대를 너무 했나… 한우가 더 맛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동생과 얘기해보니 동생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저 식당에서 우리 음식을 서빙해주던 친구는 대만 친구였는데 일본에서 워홀중이었는지, 유학을 하고 있는 중이었는지 했다. 성격이 매우 쾌활해 즐겁게 식사를 하고 나왔다.

고베 아부리 보쿠죠, 고베비프 식당.

3차로는 이치란 라멘. 사실 타코야끼와 고베비프를 먹고 또 라멘을 먹는다는건 말이 안되지만 진짜 너무 맛있게 먹었다. 역시 일본은 라멘과 나마비루지! 내가 애정하는 프리미엄몰트 생맥주와 이치란라멘의 진득하고 뜨거운 국물을 먹으니, 캬- 진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완벽한 방법이다.

3일차, 사슴과 인사하기

드디어 나라공원 가는날! 나라의 사슴공원을 가기위해 기차를 타고 나라까지 갔다. 사실 이날의 여행에서 제일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퐁신퐁신하고 보들보들한 일본식 오므라이스였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우리가 찾아간 오므라이스집은 마침 여름 휴가인지 문을 닫았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메모지를 문에 붙인채로… 하는 수 없이 오므라이스는 포기했다.

나라는 생각보다 시골이었는데 기차역도 아담하니 귀여웠고 오래된 책방도 있어 좋았고 부엉이카페를 홍보하러 나온 부엉이도 만날 수 있었다. 사슴공원까지는 걸어서 약 25분정도 걸렸는데, 걸어가면서 동네 구경을 하니 그것또한 소소하게 재미있었다.

나라 공원의 표지판에 등장하는 사슴은 무시무시했다. 물고 때린다니. 나라 공원에서 파는 사슴용 센베를 구매했더니 우리는 완전 피리부는 사나이가 되어버렸다. 센베를 먹으려 매우 저돌적이 된 사슴들이 계속 따라다녔다. 센베를 손에 쥐고 있으면 손을 먹으려 하고, 가방에 넣어두면 가방을 뒤지려고 하고, 손에 센베를 들고 사슴에게 배꼽인사를 하면 사슴도 함께 인사를 해 주었다.

기차역으로 돌아가면서 공원으로 갈 때 봐 두었던 부엉이카페에 들르기로 했다. 이럴때 아니면 우리가 언제 부엉이랑 이렇게 가까이 있어보겠냐면서… 부엉이를 좋아하는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는 여행을 하실때 항상 부엉이 조각을 구매하시는데, 덕분에 집에 세계 각국의 부엉이들이 있다. 괜찮은게 있으면 사 드리려고 했는데 적당한게 없어 아쉬웠다.

나라에서 출발하며 말차와 초코푸딩을 겟 했는데, 완전 미친맛이었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오사카에서 말차디저트 찾아 헤멘 서러움이 싹- 사라져버렸다. 나라에 다시 간다면 꼭 다시 먹어보고 싶은 맛이다.

원래 가보려던 스시집(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노부부가 하시는 조용한 스시집이라고…)이 마침 오늘 또!! 문을 닫는 바람에 길가를 헤메면서 그냥 맛있어보이는 스시집에 들어가자! 해서 찾은 이 곳. 이름도 모르는 곳이었지만 퇴근을 한 현지인들이 꽉 차서 시끌벅적한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나는 스시집에서 항상 타마고로 시작을 하는 편이라 역시나 이곳에서도 타마고는 무조건적으로 주문하고 나머지는 우리가 좋아하는걸로 접시를 꽉꽉 채웠다. 스시집은 역시 스시바에 앉아야지! 어딜 가도 바 자리가 있다면 나는 그곳에 앉는걸 선호하는 편인데, 내가 먹을 음식이 눈앞에서 만들어지는것을 보는게 재미있고 그 음식을 만드는 이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생과 배불리 먹고 생각보다 가격이 괜찮아서 여기 너무 좋잖아! 를 연발 외쳤는데, 장소를 기억하고 싶어 이 글을 작성하며 미친 구글링을 통해 알아내었는데, 생각보다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곳인가보다. 한국인 리뷰가 굉장히 많은걸 보니.

亀すし総 本店; 카메스시 본점

하지만 역시나 오늘도 그냥 하루를 끝내기엔 너무 아쉽지. 동생과 하루의 마무리를 오코노미야끼로 하기로 했다. 역시나 바 자리에 앉아 오코노미야끼를 주문했는데,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너어무 먹음직스럽게 생겨 와앙- 크게 입을 벌려 먹었는데, 내 입맛에는 조금 많이 짜서 아쉬웠다. 하지만 뭐 어때, 오코노미야끼는 원래 이런 맛인걸. 입안에 짭짤한 오코노미야끼의 기운이 남아있을 때 시원한 생맥주를 한모금 마시면 극락이 따로없다. 그리고 오늘의 마무리는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

4일차, 분홍색에 싸인 오사카성

마지막 날인데 오사카에 왔으니 오사카 성은 봐야지? 하고 오사카 성으로 출발했다. 우리가 벚꽃시기를 살짝 놓쳐 너무 아쉬웠는데 오사카성에는 겹벚꽃이 핀다고 하여 더 좋았다. 겹벚꽃은 보통 벚꽃이 지고나면 피는데, 왕 커서 왕왕 더 예쁘다. 역시나, 관광객이 저어어엉말 많았다. 근처 카레집에서 점심을 먹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행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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