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첫 남미여행, 페루에서의 9박 10일로 그 시작을 끊다

Prologue

끊임 없는 고민…

2023년 7월, 민호와 대화를 하던 중 우리에게 여행이 필요함을 감지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었는데, 9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나는 돌아와야만 했고 민호는 8월 29일까지 집을 떠나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 좋아. 우리에게 약 10일의 시간이 있으니 어디를 갈 지 정해보자. 둘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생각을 해 보다가 처음 떠오른 여행지는 포르투갈. 포르토 와인을 현지에서 마셔보면 얼마나 기분이 색다를 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고 두근두근 거렸다. 한가지 걸리는 점이라면, 내년 여름에 스페인을 가려고 했었는데…😅 내년에 스페인을 가게 된다면 한꺼번에 묶어서 포르투갈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정했다, 남미로. 정했다, 페루로!

그래서 결국은 포르투갈을 포기하고 어디를 가면 좋을 지 고민하다 우리 둘 다 가보지 않은 대륙, 남미를 가 보도록 했다. 남미라면 난 아마존을 꼭 가고 싶었는데 민호가 (게임)문명에 나오는 마추픽추를 꼭 보고 싶다고 해 페루로 정하게 되었다. (올 초에 처음 가 본 페루비안 식당의 음식도 한 몫 했다!) 항상 꿈만 꿔 오던 남미를 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려 일정을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페루에 내가 또 언제 가 보겠어? 하며 간 김에 마추픽추 말고도 이키토스(페루의 아마존!)도 가고싶고, 나스카라인도 보고싶고, 이카 사막의 오아시스도 꼭 가고 싶었고, 거기까지 간 김에 우유니 소금사막은 꼭 보고 올 거라고 생각했다. 머리를 열심히 쥐어짜고 정말 빈틈이 하나도 없는 일정을 짰는데, 여행을 준비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이럴 줄 알았나, 뭐.

페루 여행의 복병

기쁜 소식이었지만, ㅎ ㅏ… 타이밍 정말 최고네… 싶었다. 못된 생각이지만 내 여행이 망쳐지는 것 같아 우울하기도 했다. 우울함도 잠시, 그래도 우리에게 지금 찾아와 준 건 지금이 맞는 타이밍이기에 그렇겠지, 생각하고 각설하고 정신을 차려 일정을 전면 수정했다.

1일차, 눕고싶다 정말

새벽 4시 반에 집을 나와 호텔에 들어오니 현지시간 12시, 시애틀 시간 10시. 장장 18시간만에 침대에 누웠다. 비행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SEA – LAX는 의자가 뒤로 젖혀지지 않아 허리를 꼿꼿이 세운채로 비행해야 했지만 그나마 짧은 비행구간이라 다행이었고, 반면 걱정했던 라탐항공은 의자 기본 각도부터가 델타랑 비교될 수 없을만큼 편했다. 식사도 한번 주는 줄 알고 LAX에서 맛없고 비싼 음식을 사갔는데 밥도 두번이나 줘서 오, 라탐항공 다시봤어! 물론… 맛이 있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야채는 그럭저럭 맛있었고, 디저트로는 초콜렛을 줬다.

오랜 비행 끝에 리마 공항에 드디어 도착했는데, 입국 도장을 찍어주지 않아 너무 아쉬웠다. (혹시 출국할때 문제가 생기는 거 아냐, 하는 생각에 불안증에 견디다 못해 찾아보니 리마공항을 통해 입국하면 전산처리로 일처리가 되기 때문에 입국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단다…🥲 마추픽추 그림 도장이라 꼭 받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

뭐 째뜬. 리마 공항은 국제공항인것에 반해 규모가 너무 작아 놀랐다. 첫날의 숙소인 Wyndham호텔은 공항에서 sky bridge만 건너면 되어 너무 편했다. 택시 호객행위를 그냥 촤- 지나올 수 있다는데서 희열을 느낌. 아 근데 방에서 밤새 공항 앞 차들이 빵빵거리는건 생각도 못했다…

2일차, 긴장되는 쿠스코, 드디어 시작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갔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그만큼 기대를 하나도 안했음). 맨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기대했던 파파야 쥬스 jugo de papaya는 반대로 너무 맛 없어서 놀라고 결국 한 입 마시고 더 마시지도 못했다. 부지런히 먹고 체크아웃하고 걸어서 공항에 가니, 더이상 편할 수가!

고산병보다 더 무서운 건…

페루 단톡방에서 리마 공항에서 국내선 놓쳤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체크인은 쉽게 되었고 공항을 구경할 새도 없이 게이트로 가서 비행기 탑승을 하였다. 비행은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쿠스코 거의 다 가서 너무 심하게 흔들려서 (약간 역대급인듯…) 마지막에 정말 멀미를 심하게 했다. 비행기가 멈추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고싶은걸 간신히 참은 정도?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나만 그랬던 게 아니라 진짜 화장실로 달려간 어떤 여자분도 있었다.

쿠스코 공항에 내려서 고산병 증상이 바로 나올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잉? 싶을 정도로 괜찮았고, 공항에 마중나온 도밍고를 만나 바로 오얀따이땀보로 이동했다. 이 지역에서 고산병을 피하려 무조건 낮은 지대로 이동하는거지! 이동하는 길은 약 2시간 가량이었는데 비포장 도로가 주를 이루다 보니 너무 험난했다. 하… 인프라가 너무 엉망이라 길은 울퉁불퉁. 꼬불꼬불.

페루 쿠스코 절벽호텔
절벽호텔로 올라가는 사람들

민호는 그나마 괜찮아 보였는데 나는 여기서도 멀미가 너무 심했다. 토하고싶고… 정말 내려달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 올랐다. 어영부영 그렇게 가고 있는데 절벽에 있는 cliff hotel이 나와서 차에서 내려 구경하니 좀 나았다. 우리가 봤을 때는 1박에 약 $900이었는데, 보통땐 $700정도 하고 두번째로 생긴 호텔도 $400정도 한단다. 우리야 클라이밍을 하니 재미로 묵어보고는 싶었지만, 험난하게(?) 올라가서 화장실도 제대로 못쓰고 (큰 볼일은 비닐봉투에 보고 묶어 버려야 함… 강아지 배변봉투도 아니고 😂) 굳이 돈 값어치를 할 것 같진 않아 패스했다. 대리만족으로 호텔에 숙박하러 올라가는 사람들 구경좀 하다가, 그렇게 그렇게 굉장히 작은 마을인 오얀따이땀보; Ollantaytambo에 도착했다. 재미있는 건, 민호가 도밍고아저씨에게 Peruvian chicken 맛집을 물었는데, 정작 페루인인 아저씨는 Peruvian chicken이 뭔 질 모른다는거다. 😂 미국음식이었구만?ㅎㅎ

도밍고의 밴을 주차장에 주차하고 숙소를 찾아 체크인 하고… 우리때문에 점심식사가 너무 늦어진 도밍고에게 점심 대접을 하려 걸어가는데 계속 토할것같고 속이 너무 안좋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고산병 증상인가? 아니 여긴 쿠스코도 아니고 난 여기보다 더 높은곳에서도 끄떡 없었는데 대체 왜? 꼭 더운 여름날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눈앞이 캄캄해지는 증상이 올것같아 정말 정신줄 붙잡고 천천히 걸어갔다.

우리의 점심식사 장소는 Apu Veronica. 도저히 음식이 넘어갈 상황이 아니었지만 도밍고의 성의를 봐 soup을 간신히 시키고, 고기는 도저히 넘어갈 것 같지가 않아 베지 숲이 먹고 싶었는데 민호가 치킨숲을 먹자고 해서 그냥 sauteed vegetables도 함께 시켰다. 도밍고와 민호는 알파카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너무 흡족해 했다. 나는… 숲은 정말 맛있었지만 구운 야채는 너무 짰다. 특히 버섯… 잊지못해…😱 소금에 절여진 구운 느타리버섯을 먹는 느낌이었다.ㅎㅎㅎㅎ 플레이팅은 너무 훌륭했는데 말이지. 계산할 때 보니 도밍고가 주인분과 친한 사이라 할인을 많이 받았다. 알파카 스테이크 한상차림(?)은 55 soles정도였는데 (약 $15) 반값할인을 해 줬다고 한다. 그래서 셋이 배 터지게 먹고도 얼마 나오지 않았다.

밥을 먹고 헤어지고. 숙소를 가서 둘 다 기절하듯 잤다. 다행인 건 내 속이 채워지니 몸상태가 한결 나았다는 것. 생각해보니 고산병이 아니라 입덧이었나보다. 속이 너무 오래 비워져있어서 증상이 심했던거고. 그래도 최고의 컨디션이 아니라 한 잠 때리니 더욱 더 나았고 민호도 피로가 풀렸다 하여 눈여겨봐뒀던 Chuncho로 향했다. 민호는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난 고팠기에. 😁 이 아기자기한 동네는 메인 광장을 주변으로 있는 식당들이 다 테라스가 있다. 너무 귀여워!

뜻밖의 칵테일 맛집/인생술 발견!

민호는 Matacuy sour. 난 potato soup과 사실은 stuffed mushroom인줄 알고 주문했던 stuffed chili가 나왔다. 패션프룻 쥬스도. 고추는 애피타이져였는데 양이 너무 많았다. 감자숲도 냄비 한가득 나와서 민호랑 나눠먹었는데도 남았다. 쥬스는 너무 시어서 다 마시지 못했다.ㅎㅎㅎㅎㅎ 민호의 칵테일은 어떠냐 물어보니 정말 맛있단다. 위스키사워와 비슷한데 향도 너무 좋고 비율이 너무 좋다고. 바텐더가 정말 잘 하는것 같다고 한다. 자기 전 배를 두둑히 하길 잘 했다, 그 덕에 매우 잘 잔 것 같다. 개 소리가 많이 난다. Full moon이라 별이 안보이는게 너무 아쉽다. (후에 서버와 이야기를 나누고 안 사실은 마타꾸이 Matacuy는 이 식당에서 양조하는 리큐르라고 했다. 꾸이 cuy(기니피그)를 먹고 속이 더부룩할때 마시면 쑤욱- 내려간다고, 꾸이 사냥꾼이란 뜻이란다.)

3일차, 기차타고 마추픽추마을로 🚃

푹 자려고 했는데 6시에 눈을 뜨고 말았다. 결국 7시가 넘어 다시 잠이 들어 8시 반에 깼다. B&B에서 제공해 준 식사는 제법 근사했다. 과일이 너무 좋았고, jugo de naranja는 오렌지쥬스가 아니라 마치 감귤 쥬스인 듯, 너무 달콤하고 맛있었다. 수박을 조금 더 먹고 싶었는데 수박이 비싼가보다, 더 주시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하룻밤에 $20도 안하는데 아침식사가 나오는게 어디야! 주방의 뷰도 너무 훌륭하고 (사실 이 뷰에 반해 이곳을 예약했었지) 아기자기하고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숙소였다. (참고로 나방 서너마리와 함께 밤을 보내긴 했다.)

방으로 돌아와 또 잤다. 그리고 체크아웃. 짐을 맡긴 후 광장을 돌아다녔는데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어젯밤 츈초에서 본 서버를 또 만났다. 점심을 먹고 츈쵸로 가서 마타꾸이 가격을 물어봤다. 민호가 반했거든. 술 자체는 가격이 너무 좋은데 그럼 우리 배낭 중 하나를 checked baggage로 해야하니… 아무래도 공항 면세점이 나을 듯 싶다. 직원에게는 미안하지만 다음에 들른다고하고 나왔다.

숙소로 가 가방을 챙기고 슬슬 기차역으로 걸어갔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짧았다. 시간이 안되어 못 들어가는줄 알고 기차역 앞에서 햇빛 받아가며 기다렸는데, 세상에. 진작 들어와 있을걸. 안쪽에 식당과 바, 커피, 대합실, 그리고 무려 무료 화장실까지! 너무 훌륭하게 갖춰져 있었다. 커피샵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Atlanta에서 온 두 친구들도 있었다. 알고보니 같은 열차라 함께 이야기하며 기다렸다. 조금 지나자 열차가 하나 왔는데 아무리 봐도 우리가 타야 할 열차보다는 너무 작은것같아 버티고 기다리다가 왠지 심상치 않아 역무원에게 가서 물어보니 우리가 타야 할 열차가 맞단다. 아마 열차가 더 작은 열차로 바뀐 것 같은데, 때문에 우리의 좌석도 새로 지정됐다.

모든 좌석은 4인석. 우리 맞은편에는 멕시코에서 온 50대가 살짝 안 되어 보이는 부부가 앉았다. 멕시코에서 왔다는데 부부 모두 멕시칸처럼 생기지 않아 신기(?)했다. 부부 모두 아마 조상 누군가가 유러피안이 있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현재는 칸쿤에 살고 있다는데, 정말 부럽다!!ㅎㅎㅎ 부부가 모두 유쾌하여 대화가 즐겁게 이어졌다. 그리고 살며시 드는 생각이, 그들이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곳에 살고 있다고 해서 마냥 부러울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있는곳도 누군가에겐 여행지로 가고싶고, 살기에 좋은 곳이라는걸 잊지 않기로 한다. 그것이 시애틀이던, 서울이건, 부산이건. 그 어느곳이 되어도 누군가에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거나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이렸다.

대화가 즐겁게 이어지는건 오래 가지 못했다. 덜컹거리는 기찻길과 가스냄새가 진동하는 차. 며칠 전 비행기의 멀미와 쿠스코에서 오얀따이땀보까지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멀미를 견디며 와, 최악이다.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주 큰 오산이었다. 이런 큰 관문이 남아있었을 줄이야. 천장까지 창문이 있는 Vista Dome 기차를 타려고 티켓도 더 비싸게 구매했는데 바깥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정도로 멀미가 너무 심했다. 너무 장삿속인 것 같아.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Aguas Calientes까지 가는 길은 4박 5일을 걷거나 아니면 이 기차를 타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으니까. 이런 거지같은 기차를 $60-80불이나 받아 먹다니. 지옥같은 기차 라이드를 1.5시간 한 후 드디어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도착했다. 신기한게 말이 1.5시간이지 기차가 굉-장히 느려 사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데, 바깥 광경이 메마른 동네에서 정글로 그새 바뀌었다.

기차가 도착한 이 동네는 Machu Picchu Pueblo, 즉 마추픽추 마을이라고 불리는데 마추픽추에 가려면 이 동네를 꼭 지나가야 해서 그렇단다. 도시(?) 이름을 직역하면 hot water, 즉 뜨거운 물인데 왜 그런지 도착 전까지 몰랐는데 알고보니 온천마을이란다. 알았으면 하루 더 묵으며 온천도 할 걸 그랬다. 동네가 아담하고 굉장히 귀엽다. 그리고 당연한 거겠지만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도밍고 아저씨가 그랬는데 여기가 페루 전역에서 제일 안전한 동네란다. 역시나 경찰들이 계속 순찰을 도는 모습이 보였다. 저녁은 유튭 민고이 채널에서 보았던 K-Food에서 먹었는데, 곰탕이 안된다고 해 아쉬웠다. 그래도 비빔밥이랑 제육, 너무 맛있었어! 저녁을 먹고 동네 산책을 하며 동네 축구장을 찾았는데, 남미는 정말 축구의 나라인가보다. 밤 9시인데도 사람들이 다 축구를 하고있고 하나의 필드를 거의 6개로 나눠 6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너무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 민호한테 슬쩍 가서 같이 뛰어봐! 했더니 여기서는 걷기만 해도 숨이 차는데 뛰면 죽을 것 같다고 안된단다.

동네 구경을 한 뒤 칵테일 바에 갔는데, 나는 버진 모히토를 마셨다. 음, 맛이 그냥 그저 그랬다. 생긴건 엄청 fancy한 바였는데 사알짝 기대에 못 미친달까?ㅎㅎㅎㅎ 민호의 칵테일도 그냥 그랬단다. 츈쵸가 넘사벽이었던것 같다고 했다. 이 바의 주인 아주머니로 추정되는 분이 손님들 앞에서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끊이지 않고 해 우리도 적당히 마시고 일찍 나왔다.

4일차, 드디어 눈 앞에 잉카를 담다!

오늘은 늦잠을 잘 수 없었다. 아침 7시에 광장에서 모이라고 했기 때문에 일찍 눈을 떠 체크아웃 후 광장으로 갔다. 광장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관광객이 드글드글 한데 각 여행사에서 나온 가이드들이 자기와 함께하는 관광객 이름을 소리 쳐 부르면 내 이름을 듣고 그 가이드에게 가는 방식이었다. 미친듯이 귀를 열고 민호의 이름을 듣고 있었는데 너무 부르지 않아 걱정되던 차에 우리 이름이 불리고 그에게 가니 우리와 뉴욕에서 온 친구들 두명이 더 있었다. 에, 이게 다야? 너무 좋은데? 했는데 나머지 친구들은 버스를 안타고 걸어서 올라온단다. 그나저나 걱정했던 날씨는 너무 맑았다. 보통 아침에는 안개가 껴 마추픽추를 잘 볼 수 없고 늦은 오후에 날씨가 갠다고 하던데 왠걸, 7시부터 해가 쨍쨍하고 구름이 한 점 없던걸?

아구아스 깔리엔떼스, 마추픽추 마을

페루 사람들은 다 운전 고수인가보다

세상에, 나에게 있어 이제는 없을것같던 멀미를 여기서 또 만났다. 마추픽추 입구까지 올라가는데에 버스를 30분정도 타고 올라갔는데 차가 간신히 한 대 정도 지나갈 것 같은 산길에 (옆쪽으로는 절벽…)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느라 꼬불꼬불,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 페루 와서 매일 심한 멀미를 한번씩은 꼭 하니, 정말 이러다가 나 어떻게 되는거 아냐? 하는 생각까지 날 정도였다. 이곳에서 본 버스 기사의 운전 실력은 정말 백점 만점에 천만점이었다. 어떻게 이 길을 이렇게 능숙하게 가는지. 살짝 무서웠지만 노련한 운전실력을 보고있자니 그래도 믿음이 좀 갔다. 길은 너무 험해 어렸을 때 무서워하던 할아버니 할머니 산소가는 길 같았다. 커서 보기엔 하나도 무섭지 않지만 어린 눈으로 보기엔 길 옆의 절벽이 너무 무서워 보였었지. 이런 길에서 사고가 나지 않는다니 (hopefully!!!), 너무 신기했다. 이런 길을 내가 가고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공포의 버스 ride가 끝나니 눈 앞엔 마추픽추 입구가 있었다. 신기하게도 우리의 가이드 아저씨는 벌써 도착 해 있었다. 어떻게 빨리 올라오셨는지 물어볼 걸 아직도 후회가 된다. 민호 말로는 버스비가 비싸 걸어오는 가이드들이 많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버스로 30분 걸리는 길을 사람이 더 빨리 올 수 있지? 믿기 어렵다.

입구에는 5성급 호텔이 하나 있는데, 그닥 좋아보이는지는 모르겠다. 유일한 장점은 마추픽추와 가깝다는 것 하나밖에 없는것 같다. 호텔의 식당도 뷔페식인데 150솔이나 한단다. 민호가 점심으로 먹고싶은 눈치였지만 별로 맛도 없어보이고 현지 물가사정을 고려하면 너무 비싼 것 같아 내려가서 다른걸 먹자고 설득했다. 마추픽추에 입장하면 화장실도 없고 일방통행이라 한번 갔던 길을 되돌아서 오지 못한다고 해 민호는 유료 화장실을 이용했다. 화장실을 돈내고 쓰다니, 아무튼 너무하다.ㅎㅎㅎ

잊지못할 코스모스 아저씨

우리 가이드 아저씨, 코스모스는 우리 마음에 쏙 들었다. 우리와 뉴욕에서 온 친구 두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럽과 호주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몇명과 대화해보니 그들은 갓 19살 20살정도였다. 아무래도 그 그룹에서 우리가 제일 나이가 많은것 같았는데, 아저씨가 역사 이야기, 문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젊은 친구들…ㅋㅋㅋㅋㅋ 우리보다 띠동갑도 훨씬 넘는 친구들😂은 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어 보였다.ㅎㅎㅎㅎ 우리는 너무 좋았는데!

신기하게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온 친구는 Seahawks모자를 쓰고 있길래 물어봤더니, 시혹스 팬이어서 페루에 오기 직전에 시애틀에서 1주일 여행을 했단다. 영국에서 온 친구도 Rainier beer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처음에 보고 이건 말도 안 돼, 분명히 레드삭스 모자일거야. 했다. 근데 나중에 자세히 보니 레이니어비어가 맞았다. 아니 왜지?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근데 이 친구들은 걸어오는거 힘들지 않았냐고 했더니 역시 청춘- 돈을 아껴야 해서 싸게 오는 방법으로 왔단다. 덕분에 이 친구들 다리가 말이 아니다. 정글에서 걸으며 모기한테 제대로 뜯겼나보다. 모두들 다리에 빨간 점들이 엄청 나있어서 맨 처음에는 민호랑 나랑 이 친구들이 숙소에서 베드버그에 된통 당한 줄 알았다. 마추픽추 모기들은 신기하게도 우리는 절대 건드리지 않고 다른 친구들만 괴롭혔다. 나는 모기대왕인데, 이런적이 처음이라 오잉? 좋은데? 하면서도 아 저 친구들이 우리보다 젊어서 그런건가 하는 마음에 씁쓸해지기도 했다.🤪

마추픽추를 볼 때는 가슴이 웅장해졌다. 정말 내 눈으로 이걸 보고 있는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어떻게 잉카인들은 이런 장소에 이런 마을(?)을 만들 생각을 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어찌 이리 완벽하게 돌로 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하단 말밖엔 나오지 않았다. 코스모스 아저씨 덕분에 우리의 경험을 증폭시킬 수 있었다. 스패니쉬들이 이곳을 발견하지 못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러니까 발견을 못하지, 싶기도 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누가 이런 높은 산속에 마을을 만들어 살 거라고 생각했겠어? 다음에 꼭 다시 와서 와이나픽추 하이킹도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나 뿐 아니라 민호도 같은 생각을 해 다행이었다. 그때는 임신중이 아니니 멀미가 덜 하겠지. ㅎㅎㅎ 아니, 그래야만 한다. 아기가 조금 크면 꼭 다시 와봐야겠다. 마추픽추 안에서 야생 라마들도 보고, 가이드도 너무 좋았고. 투어가 끝났는데 아무도 팁을 주지 않아서 얼른 지폐를 꺼냈는데 아저씨가 사라지려고해서 급하게 꺼내 민호에게 건넸더니 20솔이었다. 휴 너무 작게 드린거같아 너무 죄송했다.😓 두명분인데…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 50솔정도 드렸으면 됐는데 아직 머릿속으로 환전이 잘 되지 않는다.

투어를 끝내고 나오니 뜨거운 햇살에 지쳐 그랬는지 너무 배가 고파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마을로 내려가기로 했다. 핫도그가 있길래 핫도그 당첨! 민호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은건지, 아니면 내려가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싶은건지 커피만 마셨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화장실을 쓰고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다시 오얀따이땀보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야하기에 마음이 좀 급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버스가 정말 많이 와 줄이 길었던 것 치고는 정말 빠른 시간내에 줄었다. 내려가는 버스는 멀미가 좀 덜했던 것 같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에 내려와 식사를 했다. 민호는 소고기 스테이크, 나는 파스타. 고기는 그냥 그랬댔고 내 파스타는 생각외로 너무 맛있었다! 잉 파스타 맛집이라니, 좀 뜬금 없었지만 뭐 맛있는거 먹으면 나야 땡큐지?ㅎㅎㅎ 식당 바로 앞에 길거리 연주가가 있었는데 우리가 계속 박수를 쳐주자 식당 안에까지 들어와 씨디와 usb를 팔려고 했고 대놓고 팁을 요구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식사 후 나가는길에 어련히 팁 주려고 했건만. 😒 오히려 우리가 식사를 하고 나가서 팁을 주려고 했을때는 전화통화 중이어서 우리가 팁을 놓은것도 보지 못한 것 같다. 에잉, 속상해. 다시 지옥의 기차를 타기 전 약국에 가서 임산부도 먹어도 되는 멀미약을 사고, 숙소에 들러 가방을 찾고,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멀미약 때문인지 기차에서는 너어무 졸렸고 덕분에 눈을 뜨니 아무 멀미 없이 오얀따이땀보에 거의 다 와 있었다. 나는 너무 개운했는데 (졸린거랑 별개로… 멀미가 없어 개운했다!) 민호 말로는 오면서 기차가 고장이 나 40분정도 멈춰있었다고 한다. 그럼 난 얼마나 잔거야?ㅎㅎㅎ 의도치않게 꿀잠자고 멀미도 없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오얀따이땀보에 도착했다. 여기에 왔더니 도밍고가 기차역에 또 마중나와 있길래 반갑게 도밍고와 재회. 며칠만에 보니 엄청 반가워 이런저런 말들을 재잘재잘 하는데, 잉? 이 아저씨 우리가 여행하는동안 집에 가지 않았단다. 이 동네에서 먹고자고 했단다. 나중에 알고보니 쿠스코까지는 거리는 멀지 않아도 트래픽이 너무 심하고 기름 낭비라 이런일이 있을땐 그냥 죽치고 고객을 기다린다고 한다. ㅎㅓ, 우린 전혀 상상도 못했지. 그럼 일정을 하루 미룬게 너무 미안하잖아요 아저씨!😭

안데스 산맥마을

오얀따이땀보에서 아저씨를 만나 바로 “찐” 고산지대로 올라왔다. 오늘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홈스테이 하는 날. 이 일정때문에 남들보다 몇배는 더 비싼 도밍고 아저씨와 무려 private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었지. 오늘은 3800m에서 잔다고 한다. 가는 길에 물도 몇 병 사서 올라갔는데, 물을 산 마트는 정말 옛날 시골 슈퍼와 같은 느낌이었다. 몇시간을 달려 도착한 마을은 깜깜했고, 추웠다. 이 지역은 Patacancha라고 한단다. 생각보다 고산병 증세는 바로 나타나지 않아 역시 낮은지대에서 며칠 적응하길 잘 했어! 라는 생각으로 내심 뿌듯했다. 저녁시간이 지나 바로 부엌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아주머니가 해 주신 저녁식사는 너무 맛있었다. 🥹 허브차도 너무 향이 좋아 마치 향에 취하는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후안 아저씨네서 자는건지 아닌지 긴가민가 했는데, 아저씨의 집이었다. 왠즤 유명인의 집에서 자는 느낌이랄까?ㅎㅎㅎㅎ 도밍고 아저씨가 한명 한명 소개를 해 주었는데, 후안 아저씨 딸들이 너무 귀엽다. 아, 그리고 신기한 점이, 이 곳에서는 스패니쉬를 쓰지 않는다. Quechuan 언어를 쓴다고 한다. 이 곳 안데스산맥에서 옛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언어란다. 그렇다고 스패니쉬를 모르는것도 아니다. 이 동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너무 자연스럽게 바이링구얼인 셈이다. 흡 부럽다…🥲

어휴 그런데 이 동네, 추워도 너-무 춥다. 추울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더 춥고 뜨거운물이 나오질 않는다. 여기서 씻는건 무리겠다. 세수하면 얼굴이 얼어 터질것 같아 오늘밤은 이빨만 간신히 닦았다. 우리의 방은 흙으로 만들어진 집(?) 이었고 나무 문 틈 사이로 찬바람이 숭숭 불어온다. 아주머니가 (아마도) 알파카 담요를 여러장 준비 해 주시고 핫팩을 준비해 주셔 담요에 넣고 그나마 조금 괜찮게 잤다…

…라고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인터넷도 안되고 전기도 거의 없는 곳이라 8시경 일찍 잠이 들었는데 밤에 갑자기 너무 미식거려 일어났다. 한참 잔 줄 알았는데 겨우 12시. 아침을 뜬눈으로 맞이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눈을 감고 잠들려고 계속 했는데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고산지대에 올라와 입덧이 심해진줄로만 알고 계속 견뎠다. 울렁거림이 심해져 그냥 누워만 있는것도 고문으로 느껴질때쯤 잠이 들었나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눈을 떠 시계를 보니 간신히 두시가 될랑말랑 하고 있었다. 잠을 자지 못한건 동네의 모든 개들과 야생동물들이 쉴 새 없이 짖은 탓도 있으리라. 결국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지쳐서 조금 잠이 들려던 아침엔 닭과 알 수 없는 동물들이 또 울어대 그냥 일어났다.

5일차, 블레싱 세리머니

꾸지람

아침을 준비하려는듯한 움직임이 들리고 장작 냄새가 나 밖으로 나갔다. 간단히 씻고 도밍고 아저씨를 만나 부엌으로 갔는데 아저씨에게 속이 안좋아 잠을 잘 못잤다고 하니 아저씨한테 혼났다. 그러려고 본인이 같이 간 것인데 왜 안깨웠냐고. 그러더니 내 손톱을 보더니 손톱이 보라색이라며, 그러면 산소가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산소탱크를 씌워버렸다. 후, 하, 후, 하, 몇번 호흡을 하고나니 신기하게도 손톱이 분홍색으로 돌아왔고 머리도 아프지 않고 속이 덜 울렁거렸다. 아? 입덧이 아니라 이거 고산병이었나?

아침식사로는 음식과 함께 초콜라떼가 나왔다. 핫쵸코 비슷할 줄 알았는데 뭔가 느낌이 초콜렛 죽같은 느낌이다.ㅎㅎㅎ 생각보다 담백하고 맛있었다. 계속 생각 날 것 같군. 아침식사를 마치고 찬찬히 집을 돌아보니 우리나라 옛날 집 형식과 매우 닮은 것 같다. 부뚜막이 있고 집은 흙으로 만든다. 지붕은 짚인 것 같다. 초가집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꽤 닮은 것 같다. 다만 여기는 방 한칸이 건물 한개의 형식인것 같다. 부엌 따로, 화장실 따로, 방 따로, 모두 이렇게 따로따로이다.

날이 밝으니 강아지들도 활발히 돌아다닌다. 아니 너네… 어제 잠을 그렇게 안 잤는데도 힘이 넘치니?

드디어…!

아침을 먹고 그 집에서 만드는 수공예품을 간단히 보고 (비싸게 마이크 줄 열쇠고리도 샀다! 그냥 도네이션 하는 셈 치고 흥정도 하지 않았다.) 다같이 블레싱 세리머니를 하러 갔다. 도밍고 아저씨 차에 몸을 구겨넣고… 6인승? 많아야 7인승 차였던 것 같은데 무려 9명이 타고 다같이 산으로 올라갔다. 우리는 손님이라 편하게 타고 갔는데 같이 가신 아주머니 (라고 하기엔 우리보다 어려보였는걸 ㅠ) 들은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아이들과 구겨져 갔다. 마음이 편하지 않아…

다행히 오래 올라가지는 않았는데 올라가서 후안 아저씨와 빅토르 아저씨를 만나 블레싱 세리머니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들었다. 알파카 종류는 두가지라는데, 약간 대걸레 비슷한 털을 가진 알파카 수리와 우리가 아는 뽕실뽕실한 털의 알파카 와까야 alpaca huacaya가 있단다. 라마 (스패니쉬로는 ‘야마’) 도 몇마리 있었다. 블레싱 세리머니는 우리식으로 하면 제사와 비슷한데, 그 높은 고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동물은 라마와 알파카뿐이라 주민들에게 옛부터 아주 소중한 존재였다고 한다. 고기와 가죽, 털을 모두 제공 해 주었으니… 그래서 자연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아 행하는 의식이라고 한다. 신나게 춤을 추고, 정성을 다해 물을 뿌리고, 불을 지폈다. 옛날 잉카인들의 마음을 담아 의식에 행하고 함께 웃었다.

잊지 못할 시간이었지만 계속 눈에 들어오는 아저씨들, 아주머니들, 그리고 아이들의 신발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높은 고도에서, 우리는 중무장을 하고도 추워 벌벌 떨었는데 제대로 된 신발 하나 갖추지 못하고 환하게 웃고있는 그들을 보자니… 마음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었다. 발 건강도 중요한데… 엉망이 아닌 발들이 없어 마음으로는 마을에 운동화를 돌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우리에게 마을을 서포트 해 줘 고맙다고 끊임없이 감사인사를 하는것을 보면, 도밍고 아저씨가 꽤 나눠주는 것 같다고 민호와 이야기 하였다. 계산해보니 도밍고 아저씨가 막상 챙기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더라고…🤔 생각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이 경험을 했지만 (그래서 처음에는 이게 잘 하는게 맞아? 라고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이 곳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이 투어를 하길 잘했다는 이야기를 민호와 나누었다.

도밍고 아저씨의 Kallpa Travel / 트립어드바이져 페이지 (클릭) -> 찐 문화체험을 하고싶은 이들에게 강력추천

드디어 만난 쿠스코

비를 맞으며 블레싱 세리머니를 마치고 (마을 사람들이 알파카 옷을 빌려주어 다행히 비를 맞지는 않았다!) 다시 차를 다같이 타고 내려가 마을에 아주머니들과 아이들을 내려주고, 도밍고 아저씨와 우리, 그리고 후안 아저씨의 어린 딸 일다까지 우리 네명은 차를 타고 오얀따이땀보로 내려갔다. 일다가 도시에서 공부하는 오빠를 만나러 가야 하는데, 오얀따이땀보에서 지내며 학교생활을 하는 언니를 만나 같이 가야한단다. 그런데 우리 상식에서는 미리 약속을 잡고 가는게 맞는건데, 도밍고 아저씨 말로는 오얀따이땀보에서 우리가 점심먹을동안 마을을 돌아다니며 언니를 찾아다닐거란다.😅 찾으면 일다는 언니랑 같이 가는거고 못찾으면 도밍고 아저씨가 쿠스코까지 데려다 줘야 한단다. 약간 말이 안 되는것 같지만 여기 사람들 사는 방식이니 뭐라고 하면 안되겠지…ㅎㅎㅎㅎ

난 입덧 때문인지 이상하게 현지 음식이 더이상 들어가지 않아 피자가 너무 먹고싶어 동네를 헤멨는데, 생각보다 점심 운영을 하는 피자집이 많지 않았다. 구글맵에서는 다 운영중이라고 해도 직접 가 보면 문을 닫았단다. 하는 수 없이 일단 커피샵으로 가 쥬스와 커피를 마시며 주위 식당들을 찾아보고,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피자집으로 갔다. ㅎ ㅏ… 근데 너무 맛없어.ㅠ 동네에 피자집이 널려있고 구글맵 리뷰에서 다들 극찬을 하길래 한번 먹어봤더니 역시나, 기대를 하면 안됐다.ㅠ 너무 짜고 이걸 피자라고 할 수 있는건지… 그러게 왜, 페루에서 피자가 당기고 난리니?!😭 (아마도 고기를 먹지 못하는 입덧에 고기가 흔한 산골의 식사 테이블에 몸이 본능적으로 피자를 원한거 아닌가 싶다. 😅)

점심을 끝내고 도밍고 아저씨를 다시 만나니, 일다의 언니를 찾지 못했단다. 아마 친구들과 놀고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작은 마을에서도 사람 한 명 찾는게 이렇게 어렵구나, 생각했다. (아니 근데 왜 미리 연락을 안하는거😂) 그래서 일다는 우리와 함께 쿠스코로 가기로! 이런 일이 도밍고 아저씨에게는 종종 있는 일인 것 같았다. 또다시 긴 운전에 멀미가 걱정됐는데 생각보다 너무 편하게 잠이 들어 멀미는 없었다. (벌써 이곳 도로사정에 적응 한 건가?) 쿠스코에 오니 도시는 도시이다. 길가에 차가 꽉 들어섰고 빵빵 소리도 쉬지않고 난다. 오토바이도 많네. 정신이 없다.😂 도밍고 아저씨가 호텔 앞에 내려다주었다. 아저씨랑은 이제 바이바이네. 그래도 며칠 함께했다고 아쉽고 막 그렇다. 아저씨가 혹시 공기탱크가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란다. 고마워요 아저씨!

쿠스코의 저녁

쿠스코에 도착하니 한식이 먹고싶어 미치겠다. 구글맵을 찾아보니 마침 주일이라 한식당은 모두 닫았다. 페루여행 단톡방에 물어보니 역시나 오늘 오픈하는 한식당은 없단다. 울며겨자먹기로 Caldo de pollo로 대신 하기로 하고 근처 맛집 검색! 마침 근처 광장 바로 앞에 있단다. 근데 성인 닭(?)은 질기니 영계를 먹으라는 구글 리뷰를 보고 갔는데 가니까 아저씨가 메뉴를 구두로 읊어주는데 대충 들으니 저렴한게 있고 조금 비싼게 있단다. 당연히 더 비싼게 영계인줄 알고 시켰는데 알고보니 뻬께냐 사이즈와 그란데 사이즈였다. 😂 너무 커… 그릇도 크고 닭다리도 무슨 내 팔만하고! 결국 고기는 역시나 당기지 않아서 국물과 누들만 싹쓸이하고 고기는 남겼다. 아 그런데 음식을 남겨서 미안해지네. 🥺 가격은 매우 좋았다! 22솔레스. 그란데인데 채 6불이 되지 않는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이 가격의 약 1/3 가격이라고 한다.) 식사를 마친 후 바로 앞 광장을 사알짝 구경하고 (정말 한 1분정도…😅)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다니고 싶었는데 나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참, 쿠스코의 숙소는 많이 비싸지 않았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페루 와서 이제껏 묵은 숙소 중 제일 깨끗하고, 깔끔하고, 가격도 좋고, 조식도 주고, 나름 광장도 있다.

쿠스코 맛집 Sabores 333

Jobs fill your pocket, but adventures fill your soul.

Jamie Lyn Beatty

6일차, 침략자는 나쁘다

뜻밖의 입덧 cure

어제의 긴 하루를 단잠으로 커버하고 조식부터 시작이 좋았다. 🙂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는데 사실 별건 없었지만 내 입덧을 한방에 싸악 가라앉혀주는 과일을 찾아낸 것! Fruta Tuna (참치과일?ㅋㅋㅋ)이라고 라벨이 되어 있던 과일이었는데, 처음 보는 과일이라 신기해서 하나 가져온 게 결국 굉장히 많이 먹게 되었다. 이게 뭔가 찾아보니 선인장 과일이란다. 가기 전에 많이 먹고 가야겠다. 울렁거리던 속을 한번에 잠잠히 재워준다.

코리칸챠

박물관이 보고싶어 코리칸챠 Qorikancha/Quricancha 박물관을 찾았다. 굳이 가이드가 없어도 될 것 같은데 입구에 호객행위하는 가이드들이 너무 많았다. 한명을 간신히 쫓아내면 다른 한명이 붙고. 으… 우리만의 페이스로 찬찬히 둘러보고 싶은데, 어차피 박물관이라 영어설명도 다 붙어 있을거고. 간신히 그들을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

와, 근데 guided tour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방문객들 스캔하라고 해 놓은 QR코드는 다 먹통이라 영어로 말하는 가이드 옆에서 알짱대며 살짝 몰래 듣다.ㅎㅎㅎ 스페인 사람들이 침략을 했을 때 잉카인들의 정교함을 따라가지 못해 외벽으로 남겨두고 그 안에 본인들의 성(?)을 지었단다. 실제로 보면 잉카인들이 쌓아올린 벽과 스페니쉬들이 쌓은 벽은 차이가 많이 난다. 잉카인들은 손톱도 들어갈 틈을 주지 않았는데, 스페니쉬들이 지은 벽은 모두 시멘트 비슷한 것으로 메꾸어 져 있다. 박물관 안 광장에서 텍사스에서 혼자 여행 온 친구가 사진을 찍어주었다. 물론 우리도. 스페인 사람들이 참 터를 기막히게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너무 예쁘다. 파랗게 탁 트인 하늘 아래 바로 산이 있고, 그 선을 따라 마을이 있다. 굉장히 바쁜 곳이다, 쿠스코는. 계속 감탄을 하며 바깥을 보았다. 너무 예쁘다.

박물관 관람을 다 마치고 나오니 눈앞엔 알파카 상점들이 즐비해있다. 팔라스 호텔 안에 있는 곳으로 들어가보니 알파카도 알파카지만 vicuña 털이 진짜 엄청나게 부드럽다. 근데 정말 비싸다.ㅎㅎㅎ 매장에서 나오니 골목길에 알파카들과 아주머니들이 있다. 알파카 털이 너무 뽕실뽕실하고 귀여워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눈으로 보는것에 만족…하고 어제 못먹은 한식 먹으러 K-Food로 갔다. 🙂 이번 여행은 정말 입덧 때문인지 elevation 때문인지 한식이 엄청 당긴다. 점심을 먹고 옥시탱크를 약국에서 구매했다.

100점 만점에 200점 ❤️

식사 후 잠시 쉰 다음 다시 광장으로. 쿠스코 대성당을 구경하고 가고싶었던 Morena에 가서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은 뒤, 광장을 떠돌았다. 해가 지는 쿠스코는 너무 예뻤다. 산등성이 따라 불빛이 하나 둘 씩 켜지고, 해가 내려가고, 어디선가 음악소리는 들리고… 산등성이의 불빛들이 마치 별빛을 가져다 콕콕 박아놓은것만 같다. 식당에서 연락이 너무 안 와 춥기도 하고 근처의 Irish pub에 들어갔는데, 세상에서 제일 높은 아이리쉬 펍이란다. 😊 갖다 붙이는것도 잘 해?ㅎㅎ 민호가 맥주가 맛있단다. 아쉽다. 나도 맛보고싶어! 어쩌다 호주에서 온 친구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여자친구와 함께 오려다가 오기 직전에 헤어져서 혼자라도 왔단다. 🥲 어쩐지 얼굴이 슬퍼보였다.

맥주를 다 마시고 (난 콜라!) 슬슬 모레나 쪽으로 걸어갔는데, 마침 우리 차례가 다 되어가고 있단다. 세상에, 아까보다 대기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대기시간도 길어져 거절당하는 팀도 있었다. 들어가기도 전부터 기대가 되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여기 페루 맞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테리어 너무 세련됐고, 서버들이 다 영어를 잘한다 (만세!). 그리고 음식 가격도 꽤 한다.😂 그래도 이번 여행중 언제 또 이런데서 먹겠냐는 마음으로 에피타이져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골랐다. 세상에, 모든 음식들이 너무 다 맛있었고 (그와중에 과카몰리는 진짜 천국의 맛) 카카오 디저트까지 완벽했다. 팁까지 두둑히 주고 $70정도가 나왔다. 이 곳 물가를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가격이겠지만 미국 물가를 생각하면 술까지 두잔이나 마셨는데 너무나 괜찮은 가격이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7일차, 고산지대 탈출

오늘은 쿠스코를 떠났다. 오전중에 상뻬드로마켓에 가서 알파카를 구하고, 주위에 선물 돌릴것이 있나 봤다. 알파카 인형이 인터넷에 많길래 다 비슷하게 생긴줄 알았는데 의외로 귀엽고 예쁜것들이 없었다. 한참을 돌아 귀여운 애들을 발견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싸게 준 것 같다…😓

도시다!

비행기에서 본 리마가는길은 뭔가 굉장히 이색적이다. 분명 산에서 출발했는데 어느새 내 발 밑에는 바다밖에 없다. 다른 나라를 가는것이 아닌데, 좀 신기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배가고파 일단 KFC치킨을 먹었는데, 와 이게 뭐야! 너무 맛있었다. 😱 역시 페루는 치킨 강국이 맞다. 리마 공항에 도착해서 ‘빅토리민박’까지 가는 길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공항 근처는 정말 판자집보다도 못한 그런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었고 민박집 근처는 딱 봐도 부촌이었다. 민박집까지 가는 길은 바닷길이었는데, 초록색 천막으로 땅을 덮었다. 새로 조경사업을 하는건가?

달마시안 장군이 🙂

도착한 빅토리 민박은 굉장히 조용했다. 다른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을거란 나의 기대완 달리 장기투숙중인 선생님 한분을 제외하고는 우리밖에 없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굉장히 말수가 적으시다, 생각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아니라 동생분이시란다. 주인분은 현재 건강문제로 한국에 잠시 가셨다고- 이 집엔 어린 달마시안 개가 있는데 이름이 ‘장군이’. 힘이 넘쳐나고 애교가 쏟아진다. 아주머니의 허락을 받고 장군이 산책을 나갔는데, 우리랑은 절대 못가겠다고 해서 포기. 😛우리끼리 산책을 하고 (fruta tuna도 더 사오고!) 장기투숙하시는 선생님과 푸짐한 저녁을 먹고 (듣던대로 정말 잘 차려주셨다!) 네명이서 이야기를 한참 하다 올라왔다.

8일차, 미라플로레스

딱히 정해진 체크아웃 시간이 없어 오전에 여유있게 아침식사를 하고 아주머니와 몇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민 오신지 15년정도 되셨다고 하셨는데, 조금 외로워 보이셨다. 맨 처음에 우리보고 남매 투숙객인줄 아셨단다.ㅎㅎㅎ 내가 누나인줄 아셨다지만, 둘 다 20대로 봐주셨으니… 아주 감사히🙏 넘어가기로 한다. 아주머니께 민호가 아주 맛있게 마신 마타꾸이를 전파 해 드리니 뭔가 뿌듯!ㅎㅎ 🤪

스페인인듯, 아닌듯

오전시간에 천천히 미라플로레스로 넘어왔는데, 여기는 또 완전 다른 동네같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는데, 바로 옆이 쇼핑몰이라 그 곳으로 갔다. 확실히 이쪽은 음식이 산동네와는 다르다. 바다 앞이라 그런지 시푸드류가 더 있는것같고, 스페인 음식하고 너무 비슷했다. 내가 좋아하는 구운문어를 너무 먹고싶어서 쇼핑몰 안 식당으로 갔는데, 세상에. 우린 지금 페루가 맞는건가? 싶었다. 쿠스코와 그 근교 산골마을에서 너무 가난하고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여기는 분명 현지인들인데도 멋쟁이들이 엄청 많고 다들 풍기는 아우라가 돈 꽤나 만지시는 분😂 인 것 같았다. 심지어 점심식사치고는 조금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식당이 꽉 찰 지경이었고, 음식값이 우리가 알던 물가가 아니었다.

그래도 난 뿔뽀 pulpo를 꼭 먹어야겠으니, 뭐. 주문을 했는데 서버 아저씨가 오시더니 뿔뽀가 없단다. 아… 그것때문에 여기로 온건데 뿔뽀가 다 나가버리면 어떡해!ㅠㅠ 하는 수 없이 스파게티로 메뉴를 바꾸고 기다리는데, 뿔뽀가 나왔다?! 뭐 어리둥절 했지만 일단 1차 주문한 뿔뽀가 나왔으니 먹고있는데, 서버아저씨가 지나가다 보고 눈이 엄청 커져서 뿔뽀? 하며 혼란스러워했다. 다행히 아저씨가 2차 주문했던 스파게티는 바로 취소를 해 주셨고, 음식은 매우 맛있었다. 민호는 피스코 사워를 한잔 했는데, 하루종일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웠단다.

피봤다… 민호가.

호텔에서 조금 또 쉬다가 저녁 거리를 구경하러 또 나갔다. 마침 민호가 페디큐어를 하고싶다고 해 열심히 찾아서 갔는데, 샵이 너무 작아 이게 맞나? 했지만 페디큐어도 가능하냐하니 가능하단다. 엄마야, 근데 미국처럼 마사지체어가 있는게 아니고 그냥 의자에 앉아있으면 종업원이 거의 바닥에 앉아 손질을 해 주는거였다. 그걸 보는데 웃기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고.ㅎㅎㅎ 정리를 엄청 꼼꼼하게 해 주셨는데 사알짝, 아니 조금 많이 아팠다. 나만 아팠는줄 알았는데 민호도 아팠단다. 아니, 심지어 피도 살짝 났단다. 그래도 배낭여행으로 지친 우리의 발이 힐링되었고 민호 손톱도 정리했는데 둘이 팁 해서 $30정도 나왔다. 엄청 비쌀까봐 속으로 살짝 쫄아 있었는데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열과 성을 다해 정리 해 주셨으니, 비록 조금 아팠어도 완전 만족!

최고의 디저트

쿠스코에서 조금은 실망한 츄러스를 먹으러 큰 거리로 나갔다. 거리를 걷는데 카지노가 꽤 많아 신기했고, 민고이 채널에서 봤던 민고이가 떼돈(?!)을 번 카지노도 호텔 바로 앞에 있어 유혹에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ㅎㅎ 꽤 걸어 도착한 츄러스가게 마놀로 Manolo는, 너어무 맛있었다. 확실히 도시가 스페인의 영향이 큰 지, 식사도 간식도 스페인식이 많다. 초코 츄러스가 맛있다그래서 하나를 시켜 민호랑 호텔 앞 공원에서 바다를 보며 먹었는데, 츄러스 다 찍어먹은 초코시럽(?)은 어쩌라는건지, 한 컵이나 주다니. 마시는것도 아닌거같고… 도저히 어떻게 먹는건지 몰라 그냥 버려버렸다. 아까워, 또 가면 그냥 일반 츄로를 시켜야겠다.

민호가 배가 고프대서 몰 지하 푸드코트에서 스시롤을 시켰다. 아차, 물병을 위 공원에 놓고온것이 생각나 민호가 바로 올라갔는데 그 사이에 없어졌다. 😭 내 물병… 하는 수 없지, 병 두개를 가져온것이 너무 다행이다. 스시는 방에서 먹으려다가 그냥 거기서 먹었는데 맛이 있는것도 아니고, 없는것도 아니고 요상했다. 계속 들어는 가는데 남미식 롤이 꽤 인터레스팅했다 이 말이지. 인터레스팅 말고는 그 맛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것같다. 오늘도 하루가 길었다. 참, 미라 플로레스 해변가는 해운대 백사장을 참 많이도 닮았다. 왼쪽 끝에 언덕이 있는것까지. ❤️

9일차, 리마는 맛있다

호텔 조식을 먹고 민호는 머리를 자르러 갔다. 엄청 정성들여 잘라주었다고 하는데 너무 오래걸려 지친 나머지 마무리를 안해도 된다고 했단다.🙊 같이 다니는 난 어쩌라고… 여차저차 로컬택시를 흥정해서 타고 리마 대통령궁 방향으로 갔는데, 와 도로에 차가 역시나 많다. 택시 기사님이 짧은 영어로 이것저것 알려주시고 물어봐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우리는 대통령궁까지 가지 않고, 조금 전에 내려 차없는거리를 쭉 따라 걸어 올라갔다. 시위대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아니 근데 거리를 걷다가 알게된건데, 리마에는 치킨이 많나봐! 이런것들을 미국에서 Peruvian chicken이라고 하나보다. 대통령궁에는 생각보다 볼 게 없었다. 음 그냥… 영국 왕실처럼 경비병을 세워놓아서 민호랑 이러니까 사람들이 시위하는건가… 이러다가도 시위를 해서 세워놓은건가… 하고 아리송하기도 했다. 뭐,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있는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바로 점심을 먹으러!

드디어 나도 영접 🥹

오늘 점심은 세비체를 먹었는데 최대한 참으려고 했지만 진짜 안먹고 지나칠 수 없었다. 회전율이 좋은 가게로 가 먹어서 괜찮겠지 싶다. 한 그릇에 세가지 메뉴가 나오는데 난 세비체, 해물빠에야, 오징어튀김이 들어있는 메뉴를 시켰다. 너무맛있오! 🥹 그리고 쿠스코에서 마시지 못한 치차모라다가 메뉴에 있어 시켜봤는데 으… 이거 왜 맛있다고 마시는거지? 보라색 옥수수 음료라고 달짝지근하다고 하는데 나는 왜 한약맛이 나는걸까 😂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테이블에서 다 맛있게 마시고 있는걸 보니 나만 별로였나보다 (민호는 맛있었단다). 우리는 관광객이라 얼음잔을 줬는데 얼음이 녹아 dilute되니 좀 즐기며 마실 수 있게됐다. 오늘 저녁에 페루 vs. 파라과이 축구경기가 있어서 그런지 직원들이 다 페루 국대 유니폼을 입고있었다.

오전에 택시타고서 지난 쇼핑몰을 가려고 길을 걸었다. 택시기사님이 호텔 옆 몰은 투어리스트 상대라 너무 비싸고, 로컬들은 이 쇼핑몰을 온다고 했다. 쇼핑몰까지 걸어가는길은 꼭 남대문시장, 혹은 광장시장을 걸어가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안경점이 몇블럭이나 지속되고, 그 다음에는 의료기기까지… 정말 없는게 없었다. 거리를 걷는게 쪼오금 무서웠지만 곧 쇼핑몰에 도착했다. 선물로 줄 초콜릿을 찾아 헤멨는데 호텔 옆 매장과 같은 매장이고 가격도 같아 그냥 편한곳에서 구매하기로 하고 화장실을 쓰려고 스타벅스에서 물을 구매했다. 😅

리마 세비체

Let’s go 뻬루 ⚽️🫶🏻

호텔에서 좀 쉬고난 뒤 그래도 이왕 남미에 왔으니 축구경기를 보고싶어 근처 맥주집에 가서 사람들과 신나게 소리지르며 경기를 봤다. 루프탑에 올라가고 싶었지만 너무 늦게 간 걸 어쩌랴, 실내에서 보는것도 재미있었당‼️ 역시나 종업원들 모두 국대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라 마놀로를 또 갔는데, 오늘은 줄이 엄청 길었다. 그래도 다시 먹으니 맛있구만 🥰 내일 새벽에 나가야 하니 금방 자기로 한다.

10일차, 아디오스 뻬루!

새벽에 로비에서 준비된 아침을 받아서 공항으로 갔다. 생각보다 식사가 너무 부실해서 차라리 받지 말걸, 하는 후회가 있었지만 뭐 이미 받은걸 어쩌랴. 라운지에서 기다리다가 아틀란타를 거쳐 시애틀로 돌아왔다. 재미있는 것은, 아틀란타에서 시애틀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바로 옆자리에 친한 친구의 전 보스가 타고있었다는 점. 스몰토크 하다가 우연히 얘기가 나와서 서로 엄청 신기해 했다.ㅎㅎㅎㅎ

부모님 댁으로 들어가니, 자다가 우리를 반긴 먼지는 백배 천배 더 귀여웠다. ❤️ 침대도 너무 편했다. 집이 좋긴 좋구나 *_*

페루 여행이 끝난게 아직 실감이 안난다. 민호와 리조트가 아닌 여행은 처음인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겠지. 내 여행 파트너가 민호여서 감사하다.

9박 10일 여행의 에필로그

떠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면, 돈이 없다면, 그냥 떠나면 된다.

당신에게 페루가 필요한 이유

페루를 다녀 온 지금, 입이 닳도록 주위 사람들에게 꼭 가볼만 한 여행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페루를 추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음식이 다양하다. 고기면 고기, 야채면 야채 (퀴노아 음식 강력추천), 그리고 스페인음식은 또 그것 나름대로.
  2. 물가가 저렴하다. 프라이빗투어를 하면 비싸지는건 당연하지만, 그룹투어나 식사류 등, 물가가 저렴해서 조금 더 편히 다닐 수 있다.
  3. 볼거리가 많다. 마추픽추 말고도 스페인의 침략으로 인해 잉카문명과 스페인식의 유적을 모두 볼 수 있다.
  4. 지형이 다양하다. 산과 바다, 정글도 모자라서 (오아시스가 딸린) 사막까지 볼 수 있다.

  1.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 ㅋㅋㅋㅋ 임신 너무 축하하고 나도 와이프랑 여행하면서 둘이 여행하면서 서로 돕고 의지하고 하는게 삶의 축소판인 것 같더라 ㅋㅋㅋ 민고이 채널 보는 것도 그렇고 남미 단톡방도 왠지 남미사랑 카페 단톡방 말하는거 같고 생각보다 겹치는게 많아서 놀랍고 신기하다 ㅋㅋㅋ 그리고 남편 분 문명했다는거에 센스 만점이라고 생각했음 ㅋㅋㅋ 너무 재밌었어!!

    1. ㅋㅋㅋㅋ고마워! 처음엔 우유니 못갈 생각에 진짜 절망이었다…ㅎㅎㅎ 재밌게 읽어줘서 고마워! 가까이 살면 진짜 부부동반 모임하면 너무 재밌을거같은데, 너무 끝과 끝이라 아쉽다. 🥲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You might also like